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대폭 낮췄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어떨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많은 분들이 한국은행의 발표에 주목합니다. 한국은행은 나라의 금리를 결정하고,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회의를 열고 중요한 결정들을 내렸습니다.
건설 경기 부진과 소비 침체로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입니다. 한국은행은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이는 불과 세 달 전에 제시했던 1.5% 전망치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왜 이렇게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을까요? 그 배경에는 **건설 경기 부진과 소비 침체**라는 '겹악재'가 있었습니다. 최근 건설 투자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수 부진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연간 1% 미만 성장에 그친 것은 민주화 이후 단 세 번뿐이었습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때였습니다. 이번에 0.8% 성장을 전망했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과거의 큰 위기 상황과 비교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예측치도 기존 1.8%에서 1.6%로 함께 낮췄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은 만약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심화되어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같이 주요국에 높은 상호 관세가 다시 부과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0.7%, 내년 성장률은 1.2%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습니다. 반대로 올해 말까지 미국의 관세가 상당 폭 인하될 경우에는 성장률이 각각 0.9%, 1.8%로 다소 올라갈 수 있다고 보며 외부 환경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기 부양 위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결정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습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연 2.5%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금통위원 6명 모두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 협상 이후 환율이 1370원대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여력이 조금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다시 미국 기준금리(5.25~5.5%)와의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한 만큼, 과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당시 성장률 0.8%)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금리 인하 폭을 더 키우는 것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추가 인하 가능성과 자산 시장 자극 우려, 재정 정책 역할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 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한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단기적으로 기준금리가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급격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4명만이 향후 3개월 안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을 정도로,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습니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기준금리가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낮게 본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금리를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낮춰 유동성을 더 많이 공급하면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주택 가격이나 다른 자산 가격으로 흘러들어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가계 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자극될 경우, 집값 상승 -> 가계 부채 증가 -> 소비 침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이 총재는 가계 부채 비중이나 부동산 가격 자극 정도까지 고려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새 정부와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경제 정책 대응의 무게 중심이 통화 정책(금리)에서 재정 정책(정부 지출)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LG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추진할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예산 집행 시기와 내용이 더 중요하며, 단순히 성장률 수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여 구조적인 저성장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혁신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줘야 할 필요도 있지만, 원화의 대체재인 만큼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면 통화 정책 유효성을 저해하고 금융 시스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예금 토큰을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은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정책 대응이 얼마나 신중하고 복합적이어야 하는지를 시사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와 함께 가계 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정부와 한국은행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이러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다시금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