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이 해외 수요, 특히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양국 갈등 심화 시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해외 수요 의존도가 압도적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우리 제조업 국내 및 해외 수요 의존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은 총 4838억 달러(약 668조 원)였는데요. 이 중 무려 58.4%(2824억 달러, 약 389조 원)가 해외 수요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사 가기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의미였습니다. 해외 수요 의존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지는 추세였습니다. 2000년에는 52.7%였는데, 2023년에는 58.4%로 5.7%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안에서의 수요, 즉 국내 수요에 대한 의존도는 같은 기간 47.3%에서 41.6%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의존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주요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수요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미국 제조업 GDP의 해외 수요 의존도는 24.1%, 중국은 29.9%로 20%대에 머물렀습니다. 일본은 40.6%, 세계 평균은 42.4%였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수요 의존도 58.4%는 이들 나라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글로벌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덜 사 가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G2 수요 의존도가 특히 심각
우리나라 제조업 GDP를 유발하는 해외 수요 중에서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GDP의 국가별 의존도는 미국이 13.7%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중국으로 10.8%였습니다. 이어서 일본(2.6%), 인도(1.9%) 등의 순서였습니다. 즉,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상당 부분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의 수요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수요를 합친 의존도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무려 24.5%**에 달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약 4분의 1이 미국과 중국 시장의 수요에 달려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수치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일본 제조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17.5%, 독일은 15.8%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독일보다 미국과 중국 시장 상황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러한 높은 미중 수요 의존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양국 경제활동이 위축될 경우 다른 경쟁국보다 우리 제조업 생산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무역, 기술,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이 심화되거나 양국의 경제가 침체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도체 포함 '전기장비 업종', 미중 의존도
특정 산업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해외 수요 및 미중 수요 의존도는 더욱 높게 나타나는 분야도 있었습니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장비 업종'이 그랬습니다. 전기장비 업종 GDP의 해외 수요 의존도는 76.7%로, 전체 제조업 평균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생산의 4분의 3 이상이 해외 수요에 의해 유발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기장비 업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37.5%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제조업 평균 미중 의존도인 24.5%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대부분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되거나,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들이 반도체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전기장비 업종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일본(33.2%)이나 독일(20.9%)보다도 높았습니다. 다만,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인 대만(53.1%)보다는 낮았습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장비 업종처럼 특정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은, 미중 갈등 심화 시 해당 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규제나 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가진 구조적인 취약점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해외,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양국의 경제 상황이나 갈등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 시장을 더욱 다변화하고, 내수 시장의 활력을 높여 국내 수요의 비중을 키우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