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 지출은 7분기 만에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살림살이는 어떨까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고, 또 소득 격차는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9일 발표된 올해 1분기(1월~3월)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와 속사정이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소득은 늘었지만, 물가 고려한 실질 소비는 감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1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습니다. 소득이 명목상으로는 늘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실질 소득' 역시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목 소득 증가율보다는 낮지만,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도 실질 소득이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서 소비도 함께 늘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95만 원으로 작년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 지출'은 오히려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물가가 오른 만큼 소비 금액을 늘리지 못했고, 실제 구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양은 줄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소득은 늘었지만, 오른 물가 때문에 실제로는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인 것입니다. 올해 1분기 실질 소비 지출 감소 폭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시기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큰 수준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질 소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3년 2분기에 잠시 감소(-0.5%)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 7분기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이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극도로 아끼면서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소득 격차 심화: 저소득층은 필수 지출 증가, 고소득층은 큰 지출 감소
가계 전체 소득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소득 구간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안타까운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소득만 유일하게 감소했습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으로, 작년보다 1.5% 감소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은 5.6% 늘었고, '4분위' 가구 소득도 5.8% 늘어나며 평균 소득 증가율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소득이 낮은 가구는 더 어려워지고, 소득이 높은 가구는 더 잘 벌게 되면서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소득 구간별 소비 행태도 달랐습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주거·수도·광열비(7% 증가), 식료품·비주류 음료(1.7% 증가), 음식·숙박비(8% 증가) 등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음식·숙박비(1.1% 감소), 교통·운송비(7.6% 감소) 등 상대적으로 필수적이지 않거나 금액이 큰 지출을 줄였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가구는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5분위 가구는 자동차 구입 같은 내구재나 의복 같은 준내구재 지출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출마저 늘었지만, 소득이 높은 가구는 고가 물품 구매나 외식 등에서 소비를 줄이며 대응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영업, 근로소득 모두 저소득층에게는 가혹
소득 구간별 양극화는 사업 소득과 근로 소득 모두에서 나타났습니다.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사업 소득'의 경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사업 소득이 작년보다 7.7% 급감했고, 2분위 가구의 사업 소득도 11.3%나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소득 4분위와 5분위 가구의 사업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는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최근 외식업 등 자영업 경기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얻는 '근로 소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올 초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고소득 가구 위주로 근로 소득이 증가했습니다. 5분위 가구의 근로 소득은 4.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근로 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 효과조차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근로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나 단기 일자리 등에서 일하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고물가 상황 속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결국 소득 분배 지표의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작년 같은 기간(5.98배)보다 증가했습니다. 이는 소득 상위 20% 가구의 세금 등을 내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보다 6배가 넘는다는 뜻입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결과였습니다. 이번 가계 동향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소득 양극화 심화와 실질 소비 감소라는 두 가지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안정시키고 소비 심리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