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선두 기업 샤오미가 자체적으로 최첨단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핵심 반도체 기술을 자체 확보하려는 '칩 독립' 노력이 가속화됨을 보여주는 소식이었습니다.
샤오미, 자체 개발 모바일 AP '쉬안제O1'을 발표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 경영자(CEO)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오는 5월 22일에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 '쉬안제(澎湃·Pengpai)O1'발표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샤오미는 과거에도 자체 AP를 개발한 적이 있었지만, 성능 문제로 인해 2019년에 칩 생산을 중단하고 퀄컴 등 외부 기업의 칩을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다시 AP 개발에 도전하여 마침내 '쉬안제O1'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 '쉬안제O1' 칩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3나노미터(㎚) 첨단 공정'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3나노 공정은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으며, 애플의 최신 아이폰용 칩 등이 이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샤오미가 최첨단 3나노 공정을 활용하여 칩의 성능을 대폭 높였다는 것은 자체 개발 칩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능 측정 플랫폼인 긱벤치에 따르면, 샤오미의 3나노 칩은 작년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4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 Gen3'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샤오미의 자체 개발 AP가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갖추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개발 AP 브랜드인 '엑시노스'로 3나노 칩을 개발했지만, 아직 갤럭시 S 시리즈 등 주력 스마트폰에 탑재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칩 독립'에 막대한 투자와 인력 확보
샤오미가 이렇게 최첨단 자체 AP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대한 투자와 인력 확보 노력이 있었습니다. 레이쥔 CEO는 웨이보를 통해 지난 4년간 반도체 칩 개발에 총 19억 달러(약 2조 65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분야에 총 69억 달러(약 9조 62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 계획은 샤오미가 '칩 독립'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반도체 연구 개발(R&D) 인력을 2500여 명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부서인 LSI사업부 인력(약 1만여 명, 이 중 절반 이상 개발 인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샤오미의 전자 기기 생태계 규모를 고려할 때 자체 칩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레이쥔 CEO는 샤오미의 반도체 연구 개발 투자 금액과 인력 규모가 중국 3대 반도체 설계 기업 수준이라고 자랑하며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샤오미의 움직임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고 평가합니다.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인 화웨이는 첨단 장비 반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샤오미는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 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샤오미의 이러한 노력을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칩 개발 수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화웨이의 OS 독립 움직임도 함께
샤오미의 AP칩 자체 개발 소식과 함께, 또 다른 중국의 IT 기업인 화웨이의 '독립'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지난 5월 19일에 자체 개발한 칩 '기린 X90'과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하모니'가 탑재된 노트북 2종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하모니 OS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OS를 활용하기 어렵게 된 화웨이가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한 OS입니다. 2019년 처음 공개된 이후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TV,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되며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이러한 OS 독립 움직임과 샤오미의 AP 칩 자체 개발은 중국 IT 기업들이 미국 등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글로벌 IT 및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칩 독립' 움직임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