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대회가 개최되며 로봇 기술의 발전을 과시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주도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혹시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날리며 발차기를 하는 로봇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이제 그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의 모습을 닮고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직접 겨루는 격투 대회가 열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1. 중국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격투대회',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난 5월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CMG 세계 로봇 콘테스트'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기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중국 중앙방송총국(CMG)이 주관하고 중국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CGTN)를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중국 정부 차원에서 큰 관심을 보인 행사였습니다. 중국은 앞서 지난달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20여 대가 마라톤 경기를 펼쳤고, 올해 8월에는 로봇 체육대회도 예고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빅 이벤트'들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격투 대회에 출전한 로봇 중에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로봇 'G1'도 있었습니다. G1은 높이 130cm, 무게 35kg으로 사람보다 작고 가벼운 체구지만, 스트레이트 펀치, 훅, 발차기 등 8가지 격투 기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공개된 영상들을 보면 펀치를 날리거나 상대방의 발차기에 넘어지더라도 금세 균형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격투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빠른 회복 능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로봇의 격투 기술은 어떻게 학습된 것일까요? 중국 방송국 CCTV 보도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로봇 개발 초기 단계에 전문 격투 선수를 초청하여 선수들의 동작을 촬영하고 몸의 주요 부위에서 발생하는 움직임 궤적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로봇 시스템에 입력하고 강화 학습을 통해 반복 훈련시켰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이 로봇의 동작이 사람이 리모트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종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3D 격투 게임을 하듯이 사람이 로봇의 움직임을 직접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격투와 같은 극한 조건에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로봇의 균형 감각을 향상시켜, 실제 물건을 운반하는 등의 작업 시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극한의 움직임 학습을 통해 로봇의 전반적인 운동 성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유니트리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며 휴머노이드 기술을 뽐낼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이 있습니다. 중국은 2015년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로봇 산업 육성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에도 꾸준히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는 '로봇 플러스 응용 행동 실시 방안'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 지침'까지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은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2.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시장, 미중 기술 경쟁이 치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작년 약 4조 6천억 원에서 2032년에는 무려 9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 로봇 등을 포함한 전체 로봇 시장의 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그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이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현재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미국과 중국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공개된 60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중 39개가 중국 기업의 로봇이었고, 12개가 미국 기업의 로봇이었습니다. 두 국가의 로봇이 전체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상위 16개 기업을 살펴보아도 미국 기업 6개, 중국 기업 8개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피규어AI, 어질리티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중국에서는 유니트리, 애지봇, 베이징HRIC, 엔진AI 등이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보고서는 과거 미국,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가 로봇 강국으로 경쟁하던 다자 경쟁 체제가 이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양강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분야에서의 초기 선점 효과로 인해 이러한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유니트리의 격투 대회나 마라톤 등 스포츠 및 액션 분야를 선보이며 비교적 일상생활이나 서비스 분야에 근접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반면에 미국 기업들은 산업 현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테슬라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장에서 훈련시키고 있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로봇이 생산 현장에서 부품을 집어 옮기는 영상을 공개하며 산업용 로봇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양국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3.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속에서 어디쯤 와 있을까요? 우리나라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 및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인 '올 뉴 아틀라스'를 연내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선도 기업과 협력하여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내 로봇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며 로봇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미국과 중국 중심의 양강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조영훈 뉴로메카 디렉터님은 현재 미국은 산업용 시장, 중국은 스포츠나 일상생활에 가까운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하며, 한국은 이 사이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장을 '영리하게'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뛰어난 제조 기술력과 특정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특정 산업 분야나 서비스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단순히 사람을 닮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 산업 현장, 심지어는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우리의 강점을 살린 전략으로 이 중요한 미래 기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응원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