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강국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우리나라 자동차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지난달, 즉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첫 달에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관세 영향,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크게 감소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28억 9000만 달러(약 4조 2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달의 수출액보다 무려 19.6% 감소한 수치였습니다. 약 20% 가까이 수출이 줄어든 것입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대미 자동차 수출액을 보아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6% 감소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지난달부터 우리나라 자동차 수입에 25% 관세를 매긴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였습니다.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판매량과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째는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었습니다. 25%라는 높은 관세는 우리나라 자동차의 미국 수출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늘렸습니다. 둘째는 미국 현지 공장의 가동 본격화 영향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이 지난 3월 준공되어 현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일부 대체된 영향도 수출 감소에 포함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지난달 미국 현지 판매량이 작년 같은 달보다 19% 증가한 8만 1503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 현지 생산량 증가와 맞물려 미국 시장 내에서의 판매 자체는 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시장으로 수출은 증가
아쉽게도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줄었지만, 다행히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완전히 주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외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어느 정도 활로를 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EU 시장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6.7% 증가했습니다.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와 현대차의 캐스퍼 EV 등 우리나라 전기차와 소형차 모델들이 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수출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유럽 시장은 환경 규제 강화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에게 중요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으로의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아시아 지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53.9% 늘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리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 '가성비'가 좋은 우리나라산 중고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자동차의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수출 다변화를 이루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습니다. 한편,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둔화기, 즉 '캐즘'을 겪고 있다는 영향으로 지난달 우리나라의 전기차 수출액은 작년보다 12.5% 감소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를 포함한 전체 친환경차 수출은 작년보다 1.4% 증가하며 꾸준히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시장과 친환경차 판매 비중 증가
수출 시장의 변화와 함께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5만 622대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 달보다 6.7% 증가했습니다. 이는 수출 부진 속에서도 국내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판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차(5만 1862대)와 전기차(1만 6381대)가 전체의 45.3%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특히 높았으며, 전기차 역시 높은 판매 비중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국내 시장에서의 친환경차 판매 확대는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친환경차 기술 개발 및 생산에 더욱 집중하는 동기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영향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감소한 것은 분명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부담이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국내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높여가는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이러한 통상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