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철강·자동차 등 '품목 관세'는 유지되어 우리나라의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계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일부 관세 부과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에게 마냥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법원,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에 제동
이번에 미국 연방법원이 제동을 건 관세는 '상호관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특정 국가에 대해 보복성 성격의 '상호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법원에서 이러한 상호관세 부과가 IEEPA의 법적 근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했던 25%의 상호관세 중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기본 관세 10%와 오는 7월 초부터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었던 국가별 개별 관세 15%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미 FTA 체결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25% 상호관세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셈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은 이 높은 관세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번 법원 판결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7월 8일로 정해졌던 상호관세 협상 기한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당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 등으로 인해 협상 기간이 촉박했는데, 법원 판단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한 통상 전문가는 상호관세라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 카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앞으로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상대국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품목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어 불확실성
하지만 이번 미국 법원의 판단이 우리나라의 관세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해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에 대해서만 제동을 건 것이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이나 자동차 등에 이미 부과되고 있는 25%의 **'품목 관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품목 관세'는 상호관세와는 다른 법적 근거로 부과된 관세입니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목적),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 등 다른 법률을 근거로 특정 품목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이기 때문에, 이번 상호관세 관련 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아직 관세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품목들도 품목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히 반발하며 다른 수단을 찾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의 박성훈 명예교수는 "당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행보로 볼 때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포기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품목 관세의 대상이나 관세율을 더 높인다면, 우리나라에게는 오히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분야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이라며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과 정부의 신중한 대응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은 1심 판결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상급심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시간으로 30일 새벽에 미국 항소법원이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효력을 일시적으로 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추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법적인 공방이 길어지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지난 30~40년 동안 무역 분야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였고, 행정부의 외교적 권한을 존중하는 과거 판례들도 많았다는 점을 들어 최종적으로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 통상 당국은 이러한 상황 변화와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직 1심 판결일 뿐이고, 철강,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품목 관세를 포함하여 양국 간 경제 협력 등 다양한 통상 현안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역 관련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섣불리 대응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통상 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제기한 긴급 집행 정지 신청이나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법원의 이번 '상호관세' 제동은 우리에게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품목 관세' 유지와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 가능성,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정책 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해서 예의주시하며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했습니다.